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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은 날보다 싫은 날이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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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은 날보다 싫은 날이 많았습니다

완벽하지 않은 날들을 살면서 온전한 내가 되는 법
변지영 지음 | 비에이블 | 2020년 6월 | 288쪽

그림2 (3).jpg
북집

 

■ 책 소개

 

우리 가운데 어느 누구도 ‘원래 그런 사람’은 없다

 

“내가 좀 예민한 타입이긴 해” “난 왜 이렇게 귀찮아하는 성격인 걸까” 오늘도 SNS나 커뮤니티에 올라온 심리유형검사를 해보며 ‘맞아’ ‘이거 딱 내 얘기네’ 하는 사람들. 우리는 대개 자신에 대해 한 방향으로 일관된 정보를 갖고 있기를 바란다. 그래야 뭔가 자신을 잘 파악해 앞으로의 일들을 통제하기 쉬울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렇게 나를 단정 짓다 보면 내가 좋은 날보다 싫은 날이 많다고 느껴질 수밖에 없다. 나는 예민한 사람이 아니라 예민한 부분이 있을 뿐인데 말이다. 우리 가운데 어느 누구도 ‘원래 그런 사람’은 없다.

 

《내가 좋은 날보다 싫은 날이 많았습니다》는 그동안 쓸데없이 나를 괴롭히던 것들이 나의 전부가 아니라 부분이었음을 깨닫고 나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법을 이야기하는 심리에세이다.

 

저자는 “병을 견디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병”이라고 말한 정신분석가 윌프레드 비온의 말을 조금 바꿔 이렇게 말하고 싶다고 한다. 우리는 “자기 자신을 견디지 못하는 게 가장 큰 병”이라고. 자기 자신을 일부러 사랑하고 좋아하려 노력할 필요 없다. 자존감을 높여야 한다는 말에 얽매일 필요도 없다.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그저 자신에 대한 ‘진실한 호기심’이다.

 

■ 저자 변지영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느낌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자신을 사랑하기 어렵다고 흔히들 말하지만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은 또 무슨 말일까? 왜 우리는 자신을 좋아해야 한다고 생각할까? 사실 이러한 생각이나 믿음에는, 진실을 가리는 속임수가 들어 있다. 우리는 대부분 자신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이렇다 저렇다 이야기한다. 나의 부분이 아니라 전체를 보아야 하는데 말이다. 독자들이 더 이상 자신을 스스로 괴롭히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어떤 생각의 전환이 필요한지 함께 이야기 나누고 싶어 이 책을 썼다.

 

용문상담심리대학원대학교에서 자기자비와 부부관계 질에 관한 연구로 상담심리학(가족상담 전공) 석사학위를 받았고, 현재 차 의과학대학교 일반대학원 의학과 임상상담심리전공 박사과정에서 조절초점과 인지적 유연성이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내 마음을 읽는 시간》 《내 감정을 읽는 시간》 《항상 나를 가로막는 나에게》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당신에게》 《아직 나를 만나지 못한 나에게》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자아의 관점에서 조현병, 자폐스펙트럼장애, 알츠하이머 등의 정신병리를 들여다본 신경과학서 《나는 죽었다고 말하는 남자》가 있다.

 

■ 차례

프롤로그 _ 쓸데없이 나를 괴롭히던 밤은 지나가고

 

1. 내가 알고 있는 나는 내가 아니다

 

나를 안아주는 것은 나 자신

나는 어떠어떠한 사람이라고 정의하는 것

자존감이 낮은 게 아니라 그렇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을 뿐

당신을 차별하는 것은 정작 당신이다

부분들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존재감을 확인받고 싶은 이유

예민한 사람과 둔한 사람이 따로 있지 않다

예민한 부분들일수록 더 귀 기울여야

나의 약점이 내게 들려주는 것들

손 안의 물통이 보이지 않는다면

습기를 말려줄 온기는 밖에 있지 않다

내 안의 어린아이를 가만히 안아주는 일

원래 그런 사람은 없다

싫은 것은 피하고 싶고 좋은 것은 더 얻고 싶고

나의 약점은, 극복이 아니라 이해해야 하는 것

그저 자신을 향한 따뜻한 호기심

어느 날 우리는 알게 될 것이다

 

2. 자기 자신과 잘 지내는 법

 

온전히 쉬려면

자기 자신을 견디지 못하는 병

실제로 한 말과 내가 들은 말

내가 한 일에 자꾸만 확신이 없는 이유

비난과 방어의 악순환

나답게도 살고 싶고 남들만큼도 살고 싶고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겠다

방향 없는 속도는 없다

신중함이 필요할 때

오직 나다운 게 있을까

나의 내용이 담긴 그림

배우가 아니라 무대

모르는 것을 알기 위해 너무 애쓰지 말 것

 

3. 그 사람에게서 나를 본다

 

관계의 방식

옆에 있다고 해도 만나지 못할 때가 많다

진실로 함께한다는 것

내가 이렇게까지 하는데

역할을 입다

고기 굽는 남자

세상에 대해 하는 말은 자기 자신에 대해 하는 말

그가 먼저일까 나의 그리움이 먼저일까

우리는 서로 자신도 모르게 해를 끼칠 수 있다

아이에 대한 태도는 나 자신에 대한 태도

자기 자신과 일주일을 보낸다면

사랑일까 나르시시즘일까

두 사람이 하나가 되는 일이 가능할까

‘우리’가 더 이상 ‘우리’가 아님에서 오는 공포

이별의 의미

관계는 나아간다

 

4. 욕망은 밖에서 오는 것

 

감정은 욕망을 드러내는 창문

욕망의 출처는 외부에 있다

엄마의 예쁘다는 말이 듣고 싶은 딸

이 빨간색 자동차는 친구가 갖고 싶어 한 것이니까

경쟁을 즐기는가 아니면 겁을 먹는가

나도 모르게 이루어지는 동일시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닮아가는 이유

닮고 싶어 좋아했다가, 닮고 싶어 미워한다

욕망을 선택하라

욕망이 내 것인 줄 알면 폭력이 발생한다

미워하기 전에 들여다보자

새로운 것을 쫓으면서 하던 대로 하는 이유

욕망과 절망, 결핍에서 자유로워지는 길

 

5. 마음은 원래 비어 있다

 

본래의 마음이란

꼬리표는 누가 만들어내는가

하늘은 구름을 붙잡지 않는다

영화를 보는 것처럼

어둠에서 주의를 돌리게 된 아이처럼

무엇이 다른 것일까

나는 어떤 것을 차별하는가

생각을 잘 쓰는 법

마음은 흐른다

매일 매일 낚인다

감정을 가리기 위한 행동들

낚임에 대처하는 법

자신의 두려움을 제대로 이해할 것

미움은 한 방향으로 향하지 않는다

분노가 치솟을 때 선택할 수 있는 세 가지

더 이상 문제가 아니게 된다

사실 당신은 상처받을 수 없다

 

6. 더 이상 의지 때문에 애쓰지 말 것

 

의지를 여러 번 다지는 것보다 효과적인 것은

자기조절 피로

상황에 따른 행동을 구체화시킨다

시뮬레이션을 해뒀기 때문에

행동을 바꾸는 것은 생각이나 의지가 아니다

수단은 다른 수단을 억제한다

습관의 쓰임을 알아야 하는 이유

우리는 늘 하고 있다

심리적 거리와 해석수준

나는 어떤 수준의 해석을 많이 할까?

좀 더 큰 맥락을 보려면

칭찬과 인정에 지나치게 민감하다면

맥락을 바꾸면 의미가 바뀐다

하위수준 해석이 더 효과적일 때

단기 목표와 장기 목표에 따라서

 

7. 나는 매일 조금씩 선명해진다

 

더 이상 상황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할 만한 기분이 아닐 때

게을러 보이는 완벽주의자

매일 하는 것이 나를 만들어간다

누군가의 하루하루를 만나는 것

매일같이 하면 선명해지는 것들

죽음을 생각하는 것은 삶을 생각하는 것

당연한 것은 없다

공상만으로는 간절해질 수 없다

꾸준히 하기 위해서는

부채질을 계속 하는 의미

문제 없이는 삶도 없다

깊이 들여다봐야 고르게 볼 수 있다

붙잡는 것과 내려놓는 것 사이

드라마가 드라마임을 안다

기대감에서 비롯되는 환상

나 자신에게 돌아간다는 것

오고 가는 것을 알아차려야 하는 이유

통합의 여정

망설임 없이 완전히

 

에필로그 _ 취약하기에 우리는 연대를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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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지영 지음/비에이블/2020년 6월/288쪽/15,000원


내가 알고 있는 나는 내가 아니다

나를 안아주는 것은 나 자신

내가 내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다. 좀 괜찮아 보이고 싶은데 성에 차지 않는다. 그 이유는 뭘까?

 

우리는 누군가가 나를 정말 있는 그대로 알아봐주고 인정해주고, 조건 없이 사랑해주기를 바란다. 그 ‘누군가’를 찾아다니면서 인생의 많은 시간을 허비한다. 나를 있는 그대로 보지도 못하면서, 누군가가 나 대신 나를 그렇게 고르게 봐주리라 기대한다. 그래서 친구나 연인, 배우자, 가족에게 기대하고 실망하기를 반복한다. 소속감을 주는 모임이나 조직을 찾아다니며 자신의 결핍을 채우고 존재감을 확인받고자 애쓴다. 실체가 없는 욕망, 뿌리 없는 기대감이기 때문에 갈증은 끝이 없다.

 

갈증에 속으면, 그것이 진짜라고 믿게 된다. 하지만 기대감을 내려놓아야 진실이 보인다. 나보다 더 나은 것이 바깥에 있다고 믿거나 내 안에 해결될 수 없는 결핍이 있다고 믿는 사람은, 더더욱 자기 자신을 보지 않는 법이다.

 

여러분은 아직 그 누군가를 만나지 못한 게 아니다.

당신이 알지 못하는 자기 자신에 대해 더 잘 알아주거나,

당신이 외면하는 것을 당신 대신 품어주거나,

당신이 미워하는 자신을 조건 없이 사랑해주는 그런 존재는 없다.

확실히 없다는 것을 알아차리면 어디로 시선을 돌리게 될까?

 

바깥의 다른 존재가 아니다.

바로 자기 자신이다.

 

자존감이 낮은 게 아니라 그렇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을 뿐

“저는 게을러요”라는 말은 “제 안에 게으른 부분이 있어요”라는 말이다. “저는 질투가 심해요”라는 말은 “제 안에 질투하는 부분이 있어요”라는 뜻이다. 두 상황 모두 ‘게으름’과 ‘질투’를 문제로 여기는 다른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렇게 말할 수 있다.

 

만약 당신이 게으름 그 자체라면, 당신은 게으르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없으므로 문제시하지 않을 것이다. 당신이라는 존재 전체가 질투에 눈이 멀어 있다면, 오직 질투 속에 빠져 자신이 질투가 심하다는 것조차 알아차리지 못할 것이다.

 

이를 두고 에크하르트 톨레는 이렇게 말했다. “내 머릿속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내가 아니다. 그렇다면 나는 누구인가? 그것을 알아차리는 자다.”

 

나 자신이 어떠어떠하고 내게 어떤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그 ‘문제’가 하나의 부분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어떤 특성도 곧 나 전체는 아니다. 그렇다면 내게 드러난 ‘문제’ 말고 또 다른 부분들은 어떨까? 이것은 우리 안의 다양한 부분들을 탐험하기에 매우 좋은 질문이 된다. 

 

자기 자신과 잘 지내는 법

나답게도 살고 싶고 남들만큼도 살고 싶고

한국인에게 삶의 목표를 물어보면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답한다.

 

“남들 하는 만큼은 하고, 남들 사는 만큼을 살아야죠.”

 

‘남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알기 위해 들여다보는 곳은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다. 하지만 정작 그곳에는 ‘저 이만하면 잘 살고 있지요?’라고 인정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연출된 삶, 우월함의 가면으로 가득하다. 평균적 삶, 혹은 보통사람이라는 신기루를 좇는 사람들은, 자신의 열등감을 가리기 위해 우월함의 가면을 쓰고 있는 사람들과 자신을 비교하며, 자신의 부족함을 책망한다. 무대 위의 연기자에게 열광하고 때로는 동일시하면서, 자신의 무대가 없는 것을 한탄한다.

 

개인과 사회가 불안할수록 예방 초점이 활성화된다. 최소한의 안전과 손실 방지, 사회적 협력을 위한 의무와 책임이 중요해지는 것이다. 전쟁이 벌어지는데 자아실현과 꿈에 대해 얘기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인간은 안전하다고 느껴야 나아갈 수 있다. 삶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와 자기가 되고 싶은 모습에 대해 생각할 수 있으려면 일단 상황이 충분히 안전해야 한다. 늘 남들보다 잘해야 한다고 믿는 부모에게서 자라는 아이들은, 자신에게 중요한지 아닌지보다 타인보다 못하고 있지는 않은지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이기는 것과 유능한 것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사람은 타인의 목소리에 민감하기 때문에, 자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다. 손해 보지 않는 결과에만 중점을 두는 사람들은 과정 구석구석에 있는 새로운 세계를 볼 수 없기에 배우지 못한다.

 

결국 속도의 문제도, 방향의 문제도 아니다. 무엇을, 왜 하는지 질문할 수 없음, 혹은 질문을 견디지 못함의 문제인 것이다. 자신이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원했든 원치 않았든 그런 질문을 품어야 했던 사람들에게는 점차 보이기 시작한다. 서서히 자신의 삶에서 정말 중요한 것들이 떠오르고, 그렇지 않은 것들은 희미하게 가라앉게 된다. 누가 가르쳐줘서가 아니라, 책으로 읽어서가 아니라 그렇게 몸소 깨달은 것이 삶의 목적이자 의미이고 자신의 가치가 된다. 

 

그 사람에게서 나를 본다

진실로 함께한다는 것

힘들어하는 사람 곁에 당신은 어떻게 함께 있어주는가?

 

고통과 불편한 감정들로 가득한 타인과 함께 있어주려면, 먼저 자기 자신의 감정을 잘 담아낼 수 있어야 한다. 자신과 함께할 수 있는 사람만 타인과 함께할 수 있다.

 

힘들어하는 사람 곁에 우리가 그냥 가만히 있어주지 못하는 이유는, 대개 내 안에서 올라오는 불편한 느낌 때문이다. 그래서 그보다 쉬운 조언과 격려, 응원이나 칭찬을 택한다.

 

상대의 먹구름이 내게 들어오지 않도록, 먹구름을 걷어버리고 태양을 비추려 한다. 하지만 타인의 날씨를 억지로 바꾸려는 시도는 종종 실패한다. 

 

역할을 입다

우리는 끊임없이 누군가에게 무언가가 되려고 한다.

자신이 잘 쓰이기를 바라고, 존재감을 확인받기 위해 평생을 애쓴다.

그래서 서둘려 역할을 입다가 그 역할에 데여 물러난다.

 

왜 역할은 서서히 생기지 않은가.

왜 한번 굳어진 역할은 유연하게 변화되기 어려운가. 

 

‘우리’가 더 이상 ‘우리’가 아님에서 오는 공포

“공포는 동일자가 갑자기 타자가 되는 데서 생겨난다. 타자가 동일자가 될 때 사랑이 싹튼다. 타자의 변모는 경이이며 공포다.”

 

문학평론가 김현이 쓴, 이른바 ‘타자의 철학’이다. 사랑을 느꼈던 동일자가 갑자기 타자가 되는 것. 며칠 전까지만 해도 가장 가깝다고 여겼던 사람이 남이 되어버리는 것. ‘우리’였던 것이 더 이상 ‘우리’가 아니게 되는 걸. 그것이 이별이다. 그럴 때 우리는 나름의 퍼즐 조각들을 맞추며 이유를 알아내려고 애쓴다. 납득할 만한 논리를 찾으려 한다. 그런데 누구에게, 무엇을 설명한단 말인가. 관계는 언젠가부터 분명 달라지지만, 무엇이 왜 달라졌는지는 영영 알 길이 없다.

 

우리는 종종 무엇이 왔다 갔는지도 모르는 채

이별한다. 

 

욕망은 밖에서 오는 것

새로운 것을 쫓으면서 하던 대로 하는 이유

인간의 비극적 운명을 단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렇게 말할 수 있다. 뇌는 새로운 자극을 좋아하면서, 정작 반응은 익숙한 방식으로만 한다.

 

여기에는 두 가지 사실이 들어 있다. 뇌는 새로운 자극을 좋아한다. 좀 더 정확히 표현하면 ‘주의를 기울인다’가 될 것이다. 뇌는 새로운 자극에 주의를 기울인다. 알지 못하는 것, 모호한 것에 주의가 가는 것은 그것의 정체, 즉 내게 위협이 될지 도움이 될지 파악해서 다가갈지 피해야 할지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야 유기체의 생명을 보존할 수 있으니까.

 

그런데 이에 대한 반응은 새롭지 않다. 익숙한 패턴,  내가 가장 많이 반복해온 대로 반응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왜냐하면 뇌가 새로운 반응을 하려면 그만큼 인지적 에너지를 더 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판단과 추론, 생각과 결정을 다시 해야 하고 새로운 동작, 혹은 행동을 하려면 인지적 에너지가 더 들어간다. 에너지를 덜 쓰면서 생존을 더 유리하게 하는 것. 이것이 뇌의 최대 임무다.

 

결국 우리는 늘 새로운 것을 쫓아가면서 정작 하던 대로 한다. 

 

마음은 원래 비어 있다

마음은 흐른다

마음은 거침없이 흘러가는 냇물처럼 흐른다. 딱 붙어서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환경에 따라 변하고 흘러가는 것, 생겼다가 사라지고 바뀌는 것이 마음의 본성이다.

 

그러므로 감정에 생각이 보태지지 않는다면 결코 오래가지 못한다. 만약 어떤 불편한 감정에 오랫동안 매여 있다면, 그건 당신이 생각에 생각을 거듭해 그 감정을 붙들고 있기 때문이다. 감정이 문제가 아니라, 감정에 대한 태도가 문제인 것이다. 어떤 감정을 없애려고 하거나, 다시는 안 느끼려고 애를 쓰기 때문에, 내버려두면 그냥 흘러갈 감정이 제때 흘러가지 못한다. 안전하고 좋은 것을 내 쪽으로 당기고, 위험하고 싫은 것을 멀리하려는 것은 동물의 본능이다. 하지만 인간은 언어와 인지 능력 때문에 상상하고 추론하고 예측하면서 오히려 덫에 빠지게 된다. 즐겁고 좋은 것은 환상으로 부풀려져 갈망과 중독으로 이어지고, 혐오스럽고 위험한 것은 무조건 회피하려 들면서 강박증, 편집증, 우울과 불안 등 갖가지 심리 문제들을 경험하게 된다.

 

몸은 매순간 움직이고 변화한다.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이 우리는 매일 조금씩 늙고 병들어 죽어간다. 마음은 몸에서 빚어내는 그림이니, 마음도 이와 다르지 않다. 이런저런 내용들을 만들어내고 갖다 붙이고 바꾸다가 이내 사라진다. 변하고 사라지는 것을 있는 그대로 보면, 붙들지 않고 붙들리지 않게 된다. 

 

미움은 한 방향으로 향하지 않는다

“타인을 비판적으로 대하거나 미워하는 것은 매우 쉽습니다. 하지만 누군가를 미워할 때는 주의하세요. 당신이 대하는 모든 대상과 당신 간에는 끊임없이 커뮤니케이션이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만약 미움을 가진 채로 바깥 세계를 바라보면 미움의 시선은 한 방향으로만 향하지 않습니다. 당신이 세계를 볼 때, 동시에 세계도 당신을 바라보도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세요.”

 

카타기리 다이닌이 한 말이다. 누군가가 나를 대하는 태도가 갑자기 달라진 것 같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잘 지내던 사이였는데 뭔가 분위기가 달라졌다거나 그 사람이 나를 피하는 것 같다고 여겨진다. 그런 경우는 대게, 내 태도가 먼저 달라졌기 때문에 그의 태도가 달라졌다고 느끼는 것이다.

 

내가 혹시 그 사람을 원망하거나 미워하는 마음을 품지는 않았나? 다른 사람들 앞에서 그에 대한 험담을 하지는 않았을까? 내가 먼저 그를 불편하게 느낀 것은 아니었을까? 찬찬히 한번 살펴보라. 

 

더 이상 의지 때문에 애쓰지 말 것

의지를 여러 번 다지는 것보다 효과적인 것은

“저는 의지가 약해서 일주일도 안 가요.”

“저는 게을러서 문제예요. 계획대로 실천해본 적이 없어요.”

“자기관리가 안 돼요. 어떻게 하면 꾸준히 할 수 있을까요?”

 

우리 주위에서 흔히 듣게 되는 질문이다. 많은 사람이 자기 조절을 하는 데는 상당한 의지와 노력이 필요하고, 무언가 꾸준히 하는 사람을 보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마 당신이 자기조절에 대해 연구하는 사회 심리학자를 만난다면 뜻밖의 얘기들을 듣게 될 것이다.

 

한 가지 예를 살펴보자. 여기 갓 튀겨낸 신선한 팝콘과 오래되어 눅눅해진 팝콘이 있다고 해보자. 두 팝콘 중 어느 쪽으로 손이 가게 될까? 당연히 신선한 팝콘이다. 일반적인 상황에서 우리는 눅눅하고 기름 냄새가 나는 팝콘보다는 신선한 팝콘을 선호한다.

 

하지만 한 실험 연구 결과, 극장에서 늘 팝콘을 먹는 것이 습관이 된 사람들은 신선한 팝콘을 받았을 때와 눅눅한 팝콘을 받았을 때, 영화를 보면서 비슷한 양의 팝콘을 먹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그 사람들도 실험실에서 팝콘을 받았을 때는 신선한 것보다 눅눅한 팝콘을 훨씬 덜 먹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화’라는 맥락이 사라지자 팝콘의 맛에 더 민감해진 것이다.

 

이처럼 우리의 오래된 습관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처한 상황, 맥락이 주는 신호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내가 무심코 하는 행동도 언제, 어디에서, 왜 일어나는지 하나하나 뜯어 살펴본다면 그 행동을 더 촉발하는 신호들을 찾아낼 수 있다. 오래된 행동 패턴을 바꾸려면 그런 신호들을 찾아내는 것이, 의지를 여러 번 다지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다. 의지는 자기조절 피로 앞에서 쉽게 무력해진다. 

 

자기조절 피로

자기조절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인간의 면역계는 억제되고 심장은 느려지며 신진대사의 활동도 감소한다. 이러한 변화가 일어나는 것은, 근본적으로 인간의 생리가 보수적인 특성을 갖기 때문이다. 자기조절이 필요한 상황에서 우리 몸의 신진대사가 느려진다는 것은, 이후 선택과 실행을 위해 일시적으로 몸 전체의 활동을 줄이고 에너지를 보존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생리적 관점에서 볼 때, 자기조절을 오랫동안 유지해야 하는 상황은 생존에 매우 위협적이다. 그래서 치명적인 수준으로 위협이 가해지기 전에 몸은 뇌에 신호를 보내어 ‘자기조절 피로’를 느끼게 한다. 소진을 막기 위한 예방책인 셈이다. 몸이 피곤하면 주의 집중도 힘들어지기 때문에 자기조절에 더 많은 에너지를 동원하기가 어려워진다. 그래서 피곤할 때는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거나, 도전적인 상황에 자신을 내몰지 말아야 한다. 몸도 뇌도 일단 쉬어야 이후 효과적인 제어가 가능하다.

 

특히 질병이나 스트레스 등으로 심박변이도가 낮게 나타나는 사람들은 더욱더 자기조절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 쉽게 피로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명상이나 공원 산책, 운동 및 좋은 식습관 관리를 꾸준히 하면 도움이 된다. 또한 ‘실행 의도’나 ‘해석수준’을 활용해 자동적으로 자기조절이 이루어지는 방법들을 익혀둔다면 인지적 노력을 들일 필요가 없기 때문에 자기조절 피로도 덜 일어날 것이다. 

 

나는 매일 조금씩 선명해진다

매일 하는 것이 나를 만들어간다

매일매일 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단순히 규칙적으로 반복해서 한다는 것이 아니다. 뇌에 새로운 신경망을 연결하고 몸에 새로운 길을 낸다는 것을 뜻한다. 아침에 눈을 뜨면서 생각할 정도로 숨 쉬듯 당연하게 한다는 것이다. 늘 염두에 두고 있으며 하루라도 하지 않으면 어딘가가 불편해진다는 것을 뜻한다.

 

그렇다고 해서 늘 쉽게 자동적으로 하게 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어떤 날은 하기 싫기도 하고 잘되지 않을 때도 있으며 진척이 없어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는 것이다. 좋든 싫든, 잘되든 안되든 온 마음으로 전념해서 매일매일 한다는 뜻이다.

 

당신은 매일 무엇을 하는가?

매일 하는 것이 당신을 만들어간다. 

 

공상만으로는 간절해질 수 없다

이따금 ‘간절히 원하는 것’ 혹은 삶의 목적을 찾아 방황하는 분들을 만난다. 그런데 무엇을 하기 저전에, 공상만으로 ‘간절’해질 수는 없는 것 같다. 무엇을 계속하다 보면, 그 안에서 간절한 마음이 일어난다. 그런 의미에서 현자들은 무엇이든 ‘매일 할 것’을 강조했다.

 

현재 상황에 전념하지 못하고 생각만 많아지는 것은, 지금의 여건에 대한 불만족 때문이다. 우리는 남과 나의 처지를 비교하면서 후회하거나 공상하는 일이 잦다. 불만족 때문에 종종 현실에서 미끄러지면서 정작 자기 안의 자원을 보지 못한다. 자신의 현실이 볼품없다고 믿기 때문에 나보다 더 나은 사람, 더 좋은 곳을 찾아 헤맨다. 하지만 각자에게는 각자가 넘어야 하는 산이 있다. 어떤 이에게는 바위산과 같이 험준한 산이, 어떤 이에게는 동네 뒷산처럼 완만한 산이 놓인다. 어떤 이는 걸어서 가고, 어떤 이는 뛰어서 가며 어떤 이는 외다리로 간다. 어떤 이는 중방비로 흙더미를 파내며 길을 내면서 가고 어떤 이는 숟가락만 한 삽으로 파면서 간다.

 

삶에서 그냥 주어지는 것은 없다. 자신이 놓인 조건, 곧 토양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묵묵히 자기 할 일을 하는 사람은 시간과 함께 자연스럽게 열매 맺고 꽃 피운다. 삶의 의미나 목적은 그런 과정 중에 자연스레 발견된다. 다른 사람의 토양과 자신의 토양을 비교하면서 자책하고 후회하는 사람은, 항상 다른 사람의 열매와 꽃만 구경하다가 삶을 놓친다. 

 

(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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