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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한 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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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한 접시

펀자브에서 먹고 얻은 것 한접시 시리즈 3
이민희, 카잘 샤르마 지음 | 산디 | 2020년 06월 | 448쪽 | 16,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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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집


■ 책 소개

 

인도 사람들은 고기를 정말 안 먹나? 그렇다면 탄두리 치킨은 왜 유명할까?

카레는 인도의 음식인데, 왜 인도 사람들은 카레라는 말을 쓰지 않을까?

 

이 책은 그 복잡한 인도의 밥상 문화를 살핀다. 인도의 인구는 한국의 약 26배, 면적은 32배다. 그 넓은 세계로 향하는 길에 두 명의 작가가 함께한다. 한 명은 카잘 샤르마다. 인도 북부 펀자브 지방에서 태어났고, 10여 년 전 경기도에 정착했다. 여전히 인도의 방식으로 밥상을 차리면서 가족을 챙기고 친구들을 기쁘게 하며 요리가 직업이 될 미래를 꿈꾼다. 다른 한 명은 이민희다. 카잘과 인연을 맺은 뒤 인도에 호기심을 느끼고 결국 찾아간 여행자다.

 

카잘이 나고 자란 펀자브는 탄두리 치킨부터 로티와 난까지, 달 마카니부터 라씨까지 우리가 시내 인도 식당에서 접하는 음식의 기원지다. 그런 펀자브의 음식은 어떤 이유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된 것일까. 카잘은 이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도록 고향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민희는 카잘이 들려준 이야기를 바탕으로 인도 펀자브로 긴 여행을 떠나 어제와 다른 밥상을 체험하고, 다양한 자료를 검토해 그 밥상의 뿌리가 어디에 있는지를 정리했다. 카레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부터 차이와 함께하는 티타임까지, 인도의 식문화를 두루 살핀 이야기.

 

■ 저자

이민희

출판사 산디의 발행인. 『회사를 나왔다 다음이 있다』 『두 개의 목소리』 『보통 여자 보통 운동』 『내일은 떡볶이』 등을 출간했다. 세계 음식에 관심이 많다. 응우옌김빈과 『베트남 한 접시』를 썼다.

 

instagram.com/sandi.books

 

카잘 샤르마

펀자브 루디아나에서 살다가 10여 년 전 경기도 안산에 정착했다. 거의 매일 고향의 음식을 만들어 가족과 나누고 친구를 기쁘게 한다. 요리가 직업이 될 날을 꿈꾼다.

 

instagram.com/kajal_loveyash

 

■ 차례

들어가는 말

 

Chapter 1 웰컴 투 펀자브

펀자브의 아침 | 로티 & 파라타roti & paratha 북인도의 밀전병

감자는 야채의 왕이야 | 알루 사브지aloo sabzi 감자가 들어간 어떤 카레

달 달 무슨 달 | 달dal 작은 콩으로 만든 카레

밀 대신 쌀을 찾을 때 | 라즈마 차왈rajma chawal 강낭콩 카레와 밥

볶음밥과 섞은 밥 사이 | 풀라오pulao 양념을 넣고 찐 밥

 

Chapter 2 채식 바깥에서

베지와 논베지 사이에서 | 탄두리 치킨tandoori chicken 오븐에 구운 닭

치킨 카레의 대명사 | 버터 치킨butter chicken 탄두리 치킨이 들어간 카레

이상한 술자리에서 | 치킨 티카chicken tikka 순살 닭꼬치

양이 아니라 염소야 | 머튼mutton 염소 고기로 만든 각종 요리

펀자브의 강을 건너서 | 암리차리 마치Amritsari macchi 펀자브식 생선 튀김

 

Chapter 3 끼니와 끼니 사이

짜릿한 물폭탄 | 골가파golgappa 양념수로 가득 찬 비스킷

튀김을 둘러싼 소동 | 파코라pakora 갖가지 야채 튀김

감자와 영원히 | 사모사samosa 으깬 감자를 넣고 튀긴 파이

때때로 한 잔은 부족하니까 | 라씨lassi 요구르트 셰이크

물만큼 혹은 물 대신 | 차이chai 인도의 밀크티

 

Chapter 4 다시 펀자브에 간다면

황제의 밥상 | 샤히 파니르shahi paneer 파니르를 띄운 주황빛 카레

일요일의 아침 | 촐레 바투레chole bhature 병아리콩과 도톰한 밀전병

그건 동네마다 달라요 | 펀자비 카디Punjabi kadhi 튀김을 올린 카레

신도 사랑한 버터 | 달 마카니dal makhani 흑녹두와 버터로 만든 카레

펀자브의 겨울 | 사르손 카 삭sarson ka saag 갓으로 만든 녹색 카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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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희, 카잘 샤르마 지음/산디/2020년 06월/448쪽/16,500원

 

웰컴 투 펀자브

펀자브의 아침 | 로티 & 파라타roti & paratha 북인도의 밀전병

인도의 면적은 대한민국의 열 배가 넘는다. 인구는 2018년 세계은행 통계 기준 13억이 넘는다. 한국 사람인 나 혼자서 그 넓은 땅과 인구를 아우르면서 음식 문화를 논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내게는 그 넓은 인도 가운데 고향의 음식 문화 이야기를 깊이 있게 들려줄 소중한 친구가 있다. 이름은 카잘 샤르마, 북인도 펀자브주 말레르코틀라에서 태어났다.

 

카잘은 인도에 살던 시절이나 안산에 사는 지금이나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밥을 먹고 있다. 다른 많은 날은 로티나 파라타를 먹는다. 둘다 난(naan)과 계열이 같은 밀전병이다. 이렇게 먹는다는 건 카잘이 전형적인 펀자브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북인도와 남인도 식단은 주식부터 다르다. 남인도는 쌀을 많이 먹고, 펀자브를 포함하는 북인도는 밀을 많이 먹는다.

 

단위 면적당 밀 생산량이 가장 많은 지역은 펀자브, 다음이 지리적으로 펀자브 바로 아래 있는 하리아나다. 펀자브는 인도의 곡창 지대, 인도의 빵 바구니로 표현될 만큼 비옥한 땅이다. 

 

로티 먹었어? = 밥 먹었어?

인도의 여러 가지 밀 가운데 북부 지방에서 가장 많이 먹는 알곡을 카낙이라 부른다. 4월에 북인도의 각 가정으로 쏟아지는 토종 밀이다. 카낙을 빻고 갈아서 만든 통밀 가루를 아타라고 부른다. 카낙과 아타의 색깔은 호밀처럼 옅은 갈색이다. 카잘에 따르면 이것이 펀자브와 그 아래 하리아나, 그리고 라자스탄까지 포함하는 북인도의 주식이다.

 

갈색빛이 도는 아타 말고 한국의 중력분과 같은 하얀 밀가루도 물론 많이 사용된다. 카낙을 아타보다 곱게 빻아 정제하고 표백한 것이다. 그 하얀 밀가루의 이름은 메다다. 메다로 만드는 유명한 밀전병을 한국 사람들도 알고 있다. 난이다. 밀가루 반죽에 소를 넣고 튀긴 사모사도 메다로 만든다. 그 밖에도 메다로 만드는 여러 가지 음식이 있는데 대부분 밖에서 먹는 것이거나 공산품이다. 인도 음식에 뒤늦게 눈을 뜬 한국인과 마찬가지로 인도 사람들도 난을 좋아한다. 하지만 카잘과 같은 펀자브 가장 요리사에게 난은 일주일에 한 번 정도만 밖에서 먹는 것이 권장된다. 다른 세계와 마찬가지로 인도에서도 하얀 것은 더 맛있지만 건강에 좋지 않은 것으로 통한다.

 

카잘이 만드는 로티를 자주 먹었다. 색도 맛도 난과 다르다. 그야말로 건강한 맛이다. “한국 사람들이 백미보다 현미를 건강한 재료라고 생각하는 거랑 똑같아요. 영양가도 높고 소화도 잘돼요.” 이는 북인도에서 식빵과 라면을 먹으면서도 깨닫게 되는 것이다. 봉지에 아타를 강조한 제품이 많다. 메다로 만든 것이 아니니 보다 건강한 음식이라는 뜻이고 카잘이 선호하는 것이며 색은 갈색이다. 중동부 웨스트벵골의 콜카타에 갔더니 그런 건강한 식빵은 좀처럼 눈에 띄지 않았다. 다 흰색이었고 브랜드와 패키지도 펀자브와 다른 것이 많았다. 인도는 넓고 지역마다 먹는 것이 다르다. 쓰는 재료까지도 다르다.

 

북인도에서 아타로 가장 많이 만드는 것은 로티다. 효모 없이 밀가루와 물만 넣고 반죽해 구운 전병이다. 로티는 펀자브에서 매 끼니 밥상에 오른다. 아침식사라면 요구르트에 찍어 먹거나 인도의 밀크티인 차이와 함께 가볍게 먹을 수 있고, 점심과 저녁에는 카레와 먹는다. 카잘도 로티가 모든 끼니의 중심이라 생각한다. “로티가 있어야 다른 음식을 먹죠.”

 

로티는 펀자브에서 인사로 통하기도 한다. 한국 사람들이 “밥 먹었어?”로 서로의 안부를 확인할 때 펀자브 사람들은 “로티 칼리?”라고 한다. 로티를 먹었느냐는 뜻이다. 관계 사이에 언어 장벽이 있어도 우리는 따뜻한 마음으로 서로의 끼니를 물을 수 있다.

 

로티는 보통 집에서 먹는다. 보통 10루피 전후로(약 160원) 굉장히 저렴한 편이지만, 외식을 한다면 조금 더 비싼 난(더 맛있는 밀가루)이나 파라타(더 많은 기름)를 먹지 굳이 로티를 나가서 먹어야 할 음식으로 여기지 않는다.

 

로티에서 가지를 치면

파라타는 로티와 비슷한 방식으로 만들지만 기름을 두른 팬에 굽는다. 파라타의 또 다른 특징은 밀가루 반죽에 다른 여러 가지 재료를 섞는다는 것이다. 가장 많이 먹는 건 알루 파라타다. 알루는 감자다. 카잘 말로 감자는 펀자브 사람들이 365일 먹는 것이다. 철에 따라 재료가 달라지기도 한다. 펀자브에선 겨울이면 무를 많이 먹는다. 채 썰어 볶은 무를 밀가루 반죽과 섞으면 물리 파라타가 된다. 물리는 무다. 고기를 먹는 사람이라면 반죽에 다진 치킨이나 머튼을 섞을 수 있다. 이처럼 파라타는 야채부터 기름까지 로티보다 재료가 많이 들어가니 로티보다 훨씬 든든한 끼니가 된다.

 

카잘은 결혼한 뒤부터 밀전병을 만들기 시작했다. 집에서 할머니가 하던 방식을 어깨너머로 보고 직접 해본 것인데, 로티는 수월했지만 파라타는 시행착오가 따랐다. 펀자브에서는 밀가루 반죽과 으깬 감자를 따로 따로 준비해두고 먹기 직전에 하나로 섞어서 굽는 경우가 더 많다. 처음엔 두 가지 반죽을 섞어 밀대로 밀면 감자가 반죽 사이로 다 튀어나왔다. 반죽 상태가 각각 달라서였다. 이젠 잘한다. 두 반죽의 점성을 비슷하게 만들어야 둘을 섞었을 때 밀대로 잘 밀린다.

 

밀전병을 기름에 튀길 수도 있다. 그러면 푸리가 된다. 로티 반죽을 할 땐 반죽이 여기저기 들러붙지 않도록 덧밀가루를 뿌린다면, 푸리에는 기름칠을 한다. 그런 뒤에 기름솥에 넣고 튀긴다. 파라타처럼 반죽 사이에 야채를 넣을 수도, 치킨을 넣을 수도 있다. 기름 흥건한 푸리는 카잘의 가족 모두가 좋아하는 음식이다. 한국에서 나고 자라 인도 음식을 썩 좋아하지 않는 막내 하빈이도 푸리는 제법 먹는다. 그런 유혹의 음식을 집에서 매일 하기는 부담스러우니 손님이 오는 날에 하거나 밖에서 먹는다. 주로 감자나 병아리콩으로 만든 카레와 함께.

 

한편 마키 키 로티도 있다. 옥수숫가루로 만드는 로티인데(마키가 옥수수다), 맛으로나 영양으로나 푸리의 정반대다. 옥수숫가루엔 글루텐이 없어 반죽을 해도 푸석푸석하다. 마키 키 로티는 갓으로 만든 카레인 사르손 카 삭과 함께 먹는 펀자브의 겨울 별미다.

 

채식 바깥에서

치킨 카레의 대명사 | 버터 치킨butter chicken 탄두리 치킨이 들어간 카레

버터 치킨은 치킨 카레다. 탄두리 치킨에 토마토·버터·크림을 섞은 묵직한 그레이비를 끼얹은 요리로, 보통 난과 함께 먹는다. 인도는 말할 것도 없고 한국은 물론 다른 어느 나라에서 인도 음식점에 가도 대개 메뉴판 앞쪽에서 접하는 음식일 것이다.

 

인도에서는 무르그 마카니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무그르는 힌디어로 치킨이고, 마카니는 인도의 하얀 버터인 마칸의 형용사이다. 그 이름처럼 버터 치킨을 만들면서 마칸이나 기(마칸을 끓여서 정제한 버터)를 쓰는 것이 전통이겠지만, 오늘날엔 소량만 쓰거나 안 쓴다. 대신 카잘의 표현대로라면 “서울우유 버터 같은 것”, 즉 벽돌 모양을 한 서양식 노란 버터는 듬뿍 쓰는 것이 보다 보편적이다. 그레이비가 될 야채를 볶고, 풍미와 시각 효과를 보다 살리기 위해 완성된 음식 위에 조각으로 올리는 용도로 쓴다.

 

사실 버터 치킨은 그 이름이 무색하게 버터 맛보다는 크림 맛이 더 난다. 버터도 많이 들어가지만 크림이 더 많이 들어가는 요리다. 크림은 북인도의 전형적인 토마토 그레이비를 보다 부드럽게 만들어준다. 이러한 조리법을 샤히라고 부르기도 한다. 무굴 제국의 왕의 이름에서 나온 표현이다.

 

원조의 맛

버터 치킨은 허름한 다바부터 화려한 레스토랑에 이르기까지 북인도의 거의 모든 논베지 식당에서 한다. 심지어 그 기원의 근처까지도 갈 수 있다. 일단 모티 마할부터 가보기로 했다. 엄밀히 말하면 원조 창업자의 후예가 운영하는 곳.

 

사전 조사부터 했다. 모티 마할이 개업한 지 70년이 넘은 오늘, 탄두리 치킨을 확산시키고 버터 치킨을 발명한 전설적인 요리사는 없지만 식당의 명성은 쭉 유지되는지 단순 방문기는 셀 수 없이 많고 주방에 들어가서 버터 치킨 만드는 과정을 취재한 유튜버까지 있다. 영상으로 공개된 내용은 조리법의 일부다. 버터 치킨을 만들기 위해 크림과 버터를 얼마나 쓰는지를 구독자가 환호할(혹은 기겁할) 만큼 노골적으로 보여주지만, 이 요리의 핵심인 붉은빛 그레이비를 어떻게 만드는지는 쏙 빠져 있다. 이해된다. 레시피는 식당의 영업 자산이다.

 

마침내 모티 마할에 도착했다. 직원은 메뉴판을 주면서 여긴 탄두리 치킨·버터 치킨·티카·달 마카니가 유명한 곳이라고 말했다. 인도에 한 달 머물면서 어떤 식당에서도 그런 자부심이 느껴지는 직원 추천 메뉴를 접한 적이 없었다. 나는 버터 치킨과 달 마카니를 골랐는데, 다시 와서 다른 추천 음식을 ‘반드시’ 먹어야 하겠다는 확신이 들지는 않았다.

 

언젠가 나는 외국에서 먹는 문제로 고민할 때면 무슬림 식당에 가라는 조언을 들은 적이 있다. 맛과 위생 문제를 두루 고려한 조언이다. 그들은 알라의 이름으로 깨끗하게 도축한 고기로 요리를 하니까. 나는 무슬림 인구가 적지 않은 인도에 머무는 동안 이 같은 지침의 범위를 조금 더 좁힐 수 있었다. 좋은 고기 요리를 먹으려거든 무슬림 식당에 가는 것이 좋다. 내가 정말 맛있게 먹은 고기 요리는 늘 무슬림 식당에서 나왔다. 그들은 인도의 다른 종교인에 비해 고기와 가깝고, 인도에 유입된 무슬림은 멀게는 중동에서부터 가깝게는 아프가니스탄에 이르기까지 뿌리가 다양하니 조리 노하우도 다양하다. 그들 각각의 고유한 조리 기술 가운데 좋은 것만 섞어서 이렇게 하나같이 맛있는 것일까. 그런데 사실 맛있다는 건 추상적이고 개인적인 감각이다. 살아온 환경의 특성과 경험의 폭에 따라, 심지어는 하루의 컨디션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는 ‘열린 결말’이다.

 

나는 루디아나의 한 무슬림 식당에서 먹은 버터 치킨을 오래 못 잊을 것 같다. 식당의 이름은 카림스다. 좋은 음식을 먹으면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떠오른다. 가장 가까운 사람들의 반응이 궁금해지는 것이다. 지금의 내 나이에 세계를 경험할 여유가 없었던, 그래서 향신료 냄새에 기겁을 하는 나이 많은 내 가족들도 이것만큼은 맛있게 먹을 수 있지 않을까. 또래 친구들이랑은 투표를 하고 싶다. 인도의 리듬을 따라 카레를 먹는 날엔 대체로 난이나 로티를 주문했고 늘 만족했지만, 잘 구운 치킨의 감칠맛과 불맛은 물론 버터·크림·토마토가 조화롭게 섞인 이 훌륭한 그레이비를 접했을 때만큼은 카레라이스에 길들여진 한국인으로 돌아갔다. 덮밥으로 먹고 싶어졌다. 하지만 나와 함께 한 달간 ‘인도 밥’을 먹은 이범학은 난과 먹어서 더 맛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밥이냐 전병이냐 하는 이 사소한 논쟁을 계속 이어가고 싶어진다.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진다. 좋은 음식은 꿈을 꾸게 한다. 

 

끼니와 끼니 사이

때때로 한 잔은 부족하니까 | 라씨lassi 요구르트 셰이크

인도 대기업 고드레지에서 나온 세탁기를 산 한 사용자가 장문의 후기를 썼다. 상품평의 요지는 ‘비추’다. 해당 모델은 성능이 매우 떨어지니 세탁은 됐고 라씨 만드는 데나 쓰라는 것이다. 나중에야 알게 됐지만 그건 인도 사람들이 품질 나쁜 세탁기에 퍼부을 수 있는 가장 웃기고 효과적인 조롱이다.

 

라씨에 대한 기록을 찾기 시작했을 때 이처럼 세탁기라는 표현을 종종 접했는데, 처음엔 일부 영어 사용자들 사이에선 전동 블렌더를 세탁기라고 부르기도 하는 걸까 싶었다. 용도는 다르지만 블렌더나 세탁기나 무언가를 넣고 버튼을 누르면 빠른 속도로 돌려준다는 공통점이 있으니까. 사람 입에 들어가는 걸 세탁기로 만든다는 걸 바로 상상하기는 어려웠으니까.

 

라씨는 요구르트로 만드는 인동의 전통적인 셰이크다. 지역에 따라 과일·향신료·허브·견과류 등이 추가될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 요구르트·물·설탕(혹은 소금)을 넣고 섞어서 만든다. 가정용 블렌더가 보급되기 전까진 섞는 작업을 수동으로 했고 지금도 이 방법을 고수하는 사람이 많지만 많은 양을 만들어야 한다면 기계를 쓰는 것이 합리적이니 발상을 바꾸면 작동 원리가 비슷한 세탁기에게 맡길 수도 있는 일이다. 그건 인도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일반적인 방법은 아니지만 어떤 인도 사람은 정말로 라씨를 세탁기로 만든다.

 

펀자브 라씨

라씨를 만들려면 우유를 발효해 요구르트를 만드는 사전 작업이 필요하다. 요구르트의 어원은 응고의 의미가 있는 터키어로 본다. 문명 전후 메소포타미아에 있었던 기술이 차차 고대 그리스로, 오늘날의 터키를 중심으로 활약한 투르크족의 문화로 이어진 결과라고 보는 것이다. 이슬람 세력이 이동해 지금의 인도 땅에 무굴 제국을 세웠을 때, 제국의 3대 황제인 악바르 대제(재위 1556~1605)의 궁중 요리사들이 요구르트에 풍미를 살리기 위해 겨자씨와 시나몬을 넣었다는 기록이 있다.

 

그러나 인도 아대륙의 요구르트는 이슬람 세력이 이동하기 한참 전부터 민간 영역에 있던 기술로 보기도 한다. 인도에선 우유를 발효한 것을 다히(dahi)라는 독자적인 표현으로 부르고 어원은 산스크리트어에서 찾는다. 고대 인도의 의학 지식 체계인 아유르베다는 여러 건강 정보를 전파하면서 다히의 제조법과 종류, 효능과 부작용도 알렸다.

 

이슬람 세력의 요구르트와 인도의 다히 중에서 무엇이 먼저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각각 기온이 높은 지역에서 자연스럽게 발견된 결과로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카잘은 인도에서는 여름에 우유에 요구르트를 조금만 섞어 밖에 서너 시간 두면 바로 굳는다고 말한다. 인도 사람들은 이렇게 쉽게 요구르트를 만들어 널리 활용한다. 카잘은 아침에 파라타와 요구르트만 가지고 밥상을 차리는 날이 많다.

 

순수한 요구르트에 여러 가지 재료를 섞어 풍미를 살린 라이타도 북인도의 밥상 위에 자주 올라오는 소스다. 요구르트는 카레의 재료가 될 수도 있다. 카디는 요구르트 그레이비로 만든 카레다. 탄두리 치킨을 할 때 요구르트에 치킨을 재운다. 그렇게 쓰임새가 많으니 요구르트는 가정에서 많이 만들기도 하지만 동네 유제품 가게에서도 항상 판다.

 

인류가 요구르트에 물과 설탕을 섞어 음료로 만든 것 또한 역사가 깊다. 인도 바깥에 있는 것은 기원전 4000년부터 고대 이란에 있었다고 전해지는 중동의 두그(doogh)다. 인도는 그걸 라씨라고 부른다. 라씨의 기원은 어원부터 발상지까지 정확하게 밝혀진 것이 없으나 보통 펀자브로 본다. 펀자브 출신 셰프 아룬 초프라는 예로부터 펀자브 사람들은 열을 가한 우유를 점토 용기에 넣어 냉각한 위 설탕을 섞어 봉으로 저어 마셨다고 말한다. 그런 전통 때문인지 지금도 어떤 사람들은 라씨를 토기로 마신다.

 

델리에 머물 때 스쳐 간 인도인 친구 하나는 내가 곧 펀자브에 간다고 말하니 라씨 얘기부터 했다. 라씨는 인도 어디에서나 먹을 수 있지만 펀자브 라씨는 양도 많고 맛도 좋으니 꼭 마셔야 한다는 것이다. 나도 차차 실감했다. 델리에서 처음 마셔봤을 땐 설탕이 부족했는지 요구르트를 아낀 것인지 좀 밋밋해서 그날 이후 라씨를 잊었는데, 막 루디아나에 도착해 어느 식당에서 라씨를 마신 뒤로는 거의 매번 밥상에 올렸다. 델리 친구의 말대로 펀자브 라씨는 훨씬 진하고 맛있고 양까지 많았다.

 

그간 어느 나라엘 가든 밥을 먹을 때면 콜라를 주문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야 기름지거나 향이 낯선 음식이 잘 넘어갔다. 인도에선 라씨가 콜라를 대신하는 날이 많았다. 아침부터 필요한 날도 있었다. 그렇게 라씨에 물들었을 때, ‘인생 라씨’라고 할 만한 것이 우리 앞에 나타났다. 카잘 가족과 작별한 뒤에 찾아간  암리차르에서였다. 걷다가 우연히 라씨 전문점을 발견했다. 이름은 지안 디 라씨다. 유난히 맛있고 유난히 사람이 많길래 다녀와서 확인해보니 암리차르의 명소다. 암리차르엔 인도에서 가장 큰 시크교 사원이 있어 내국인 여행자가 많다. 그 라씨집은 사원 근처에 있어 순례자들이 항상 들르는 곳이다. 간판에 따르면 1921년에 문을 열었다고 한다.

 

파는 곳마다 라씨를 만드는 방법이 다르지만 노점에서 파는 가장 일반적인 형태는 요구르트, 물, 설탕을 섞은 음료 위에 말라이(끓인 우유 위에 생긴 얇은 지방층)나 마칸(말라이나 요구르트를 오래 회전시켜 수분을 걷어내고 더 단단하게 만든 것)을 올리는 것이다. 말라이와 라칸을 떠먹을 수 있도록 티스푼을 준다. 그게 보편적인 방식이라지만 전까지 식당에서 마신 라씨는 그런 고명 없이 간단하게 셰이크로만 나와 잠깐 낯설게 느껴졌는데, 입에 넣자 탄성과 웃음이 절로 나왔다. 순간 낯설 수는 있어도 맛보는 즉시 누구나 사랑에 빠지게 될 맛이었다. 말하자면 적절하게 기름진 라씨랄까. 적당히 새콤하고 적당히 달콤한 음료에 기분까지 좋게 만드는 묵직한 지방의 맛이 섞여 있었다. 그건 확실히 프라푸치노의 생크림과 달랐다. 양은 훨씬 적었지만 훨씬 단단하고 상큼하며 질이 좋은 것이다. 한 잔을 더 마셨다. 다음 날도 찾아가 왜 진작 몰랐을까, 남은 시간은 왜 이리 짧을까 슬퍼하면서 두 잔을 마셨다. 인도에선 지역 사람들은 물론 외지인까지 찾아가서 마실 만큼 인정하는 곳이라는데, 그런 델 우연히 발견했다는 기쁨까지 더해진 맛이었다.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 노력하지 않아도 이런 행운을 만난다. 잡기 어려운 행운이라는 걸 안다. 

 

다시 펀자브에 간다면

황제의 밥상 | 샤히 파니르shahi paneer 파니르를 띄운 주황빛 카레

작은 주방에서

유튜브 레시피를 참고해 그레이비를 만들었다. 팬에 기름과 각종 향신료를 넣고 볶다가 양파와 토마토를 넣으면 된다. 인도 카레 레시피 대부분은 기름에 각종 향신료를 볶는 것으로 시작하는데, 이건 알리오 올리오를 하면서 올리브 오일에 마늘부터 볶는 것, 백종원 대표가 이런저런 요리를 하면서 가장 먼저 파기름을 만드는 것과 비슷하게 느껴진다. 기름부터 향긋해야 음식 맛이 좋아진다는 걸 아는 현자가 각 대륙마다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덕분에 작은 주방이 인도 향으로 꽉 찼다. 인도 사람들이 쓰는 향신료의 절반밖에 안 넣었는데도. 가장 일을 많이 하는 친구는 커민으로 느껴졌다. 다른 걸 다 빼고 커민만 넣어도 얼추 인도의 향이 난다. 그런데 이어서 양파와 토마토를 넣자 어떤 기시감이 들었다. 이건 내가 손님 오는 날에 토마토 소스를 만드는 과정과 같지 않은가. 어디서든 재료를 음식으로 발전시키는 발상이란 비슷한 것일까.

 

토마토가 뭉근해지자 유튜버의 지시대로 블렌더로 갈고 체에 걸러 고운 그레이비를 만들고는 요구르트와 크림, 그리고 강황을 넣었다. 이걸 하려고 강황을 사러 나갔다. 집앞에 중국 식료품 전문점이 있어 거기부터 가봤지만 없다고 한다. 예상과는 달리 강황은 동네 슈퍼마켓에 있었다. 그것도 매우 친숙한 오뚜기 라벨을 달고서. 성분 표시를 보니 100% 인도산이다.

 

오뚜기 강황은 일을 잘했다. 토마토와 양파, 유제품으로 구성된 그레이비에 쨍한 노란빛을 입혔다. 그러나 샤히 파니르의 그레이비는 주황색이다. 곱게 간 카슈미르산 고춧가루를 써야 그 색이 나온다는데, 당장 구하기 쉽지 않아 파프리카 가루로 얼버무렸지만 인도산 고춧가루만큼 강렬한 색을 내지는 못했다. 결국 완성된 것은 노란 샤히 파니르다. 수제 파니르를 띄우기는 했지만 인도 사람이 보면 절대로 샤히 파니르라고 말할 수 없는 것. 이틀에 걸쳐 만들었지만 오뚜기 카레와 비슷해 보이는 것이다. 밀전병까지 할 엄두는 안 나서 식빵만 몇 장 구웠다. 인도 사람 누구도 그런 방식으로 샤히 파니르를 먹지 않는다. 난이나 로티랑 먹는다.

 

망한 카레라고 단정하지 않으려고 한다. 원본의 가치는 불변이되 해석마저 의미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원조와 많이 다르기는 해도 토마토와 묵직한 크림이 만났는데 맛이 없을 수는 없다. 나의 카레와 카잘의 카레가 같을 수는 없다. 인도 카레를 모방한 카레가 인도의 것과 같을 수 없고, 그걸 토대로 만든 한국 카레 또한 요소가 비슷한 것이지 결과가 같지는 않다. 보다 쉽게 손에 잡히는 재료로, 이국의 맛과 향을 수용 가능한 범위로 조정한 결과가 아닐까 생각한다. 세상 모든 카레가 똑같다면 나는 애초에 인도 음식에 호기심을 갖지도 못했을 것이다.

 

나는 샤히 파니르를 파고들면서 우리는 어린 날부터 이런 차이에 대해서 배워왔다는 걸 새삼 알게 되었다. 차별이 아닌 차이를 인식할 때 우리는 앞으로 조금 더 나아갈 수 있다는 것도. 마니와 자인이라는 친구를 소개한 인도의 6학년 사회 교과서를 다시 열고자 한다. “다양성은 삶의 양념과 같습니다. 똑같은 일을 하고, 똑같은 음식을 먹고, 똑같은 책을 읽고, 똑같은 옷을 입는다면 삶은 매우 지루할 것입니다. 모두가 다른 것을 추구했기 때문에 우리는 발명품을 만들었고 새로운 땅을 찾았습니다.”

 

(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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